시루말

한국무속신앙사전
경기도 오산 지역의 도당굿 열두 거리 가운데 부정거리 다음에 행해지는 제차(祭次) 혹은 여기서 [구연](/topic/구연)되는 본풀이를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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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 지역의 도당굿 열두 거리 가운데 부정거리 다음에 행해지는 제차(祭次) 혹은 여기서 [구연](/topic/구연)되는 본풀이를 지칭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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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
특징의 특징은 다른 지역의 창세서사시와 달리 인간 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선문이와 후문이의 경쟁이 부재(不在)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각 이승과 저승을 맡아 다스린다고 하지 않고 대한국과 소한국이라는 모호한 성격의 두 치소(治所)를 나누어 맡았다고 하는 점도 특징이다. 복수(複數)의 일월을 오늘날과 같이 하나씩 남겨두기 위하여 철궁을 이용하여 일월을 조정한다고 한 설정도 특별하다. 조정한 해와 달을 각각 제석궁과 명모궁이라는 곳에 걸어 두었다고 함으로써 일월제치가 아닌 일월조정의 의미를 전승하고 있는 것은 다른 지역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정의경기도 오산 지역의 도당굿 열두 거리 가운데 부정거리 다음에 행해지는 제차(祭次) 혹은 여기서 [구연](/topic/구연)되는 본풀이를 지칭하는 말.
내용은 창세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기도 지역의 유일한 무가이다. 오산의 세습(世襲) 남무(男巫)인 이종만이 [구연](/topic/구연)한 자료가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와 아키바 다카시(秋葉隆)의 채록에 의하여 지금까지 전한다. 현재 은 제의만 전승되고 [사설](/topic/사설)은 전승되지 않는다. 시루말이란 명칭은 시루를 앞에 놓고 굿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는 떡을 찌는 도구이고 떡은 밥과 달리 비일상적인 음식으로 무속에서는 술과 함께 신에게 바치는 가장 중요한 제물로 인식된다. 그래서 굿을 할 때는 중요한 신마다 따로 떡을 쪄서 시루째로 바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떡이 시루째로 바쳐지는 것은 시루 자체가 신성한 그릇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리고 시루와 시루의 구멍은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흔히 하늘을 구천(九天)이라고도 하고, 동서남북중앙(東西南北中央)의 오천(五天)으로 부르기도 하며, 오천에 일천(日天)과 월천(月天)을 더하여 칠천(七天)이라 칭하기도 한다. 시루 밑에는 음식을 찌기 위해 5개부터 시작하여 7개, 9개, 12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것은 둥그런 시루를 엎어놓았을 때 그 형상이 하늘 모양과 같고 뚫린 구멍은 각각 오천, 칠천, 구천(九天)을 의미한다. 이 해석을 따르면 은 곧 천신을 모시는 굿이 된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시루도듬은 바로 천신의 감응을 증명하는 의례인 것이다. 그러나 신화의 전승이 중단되면서 은 하늘의 칠성을 모시는 굿으로 성격이 바뀌었고, 다시 불교적 영향의 명칭인 불사굿의 성격도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루말에서 ‘말’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한자 표기로 ‘두(斗)’를 쓴 예가 있으나 적절하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루도듬, 시루청배, 시루거리, 시루풀이 등의 명칭과 대응해 보면 ‘말’의 의미는 도듬ㆍ청배ㆍ거리ㆍ풀이 등과 유사한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도도당굿](/topic/경기도도당굿)이나 다른 굿에서 부르는 무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마달’이란 것이 있다. 역시 시루마달 곧 시루성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인 시루성신본풀이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의 내용을 정리하면 크게 네 부분의 사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천지개벽과 혼돈의 시절, 둘째는 [천부지모](/topic/천부지모)(天父地母)의 결연담, 셋째는 인간 세상 시조의 출생과 좌정, 넷째는 일월(日月)의 조정담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창세 때 자연 상태에서 채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비금주수(飛禽走獸)가 말을 하고 인간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 이후 천하궁 당칠성이 인간 세상에 인물추심(人物推尋)을 다니다가 지하궁에 내려와 매화부인과 결연한 뒤 해몽을 해주고는 하늘로 올라간다. 그 후 매화부인은 혼자 선문이와 후문이 두 아들을 낳는다. 두 아들이 천하궁으로 아버지를 찾아가자 당칠성은 선문이에게 대한국, 후문이에게 소한국을 각각 차지하도록 한다. 그 시절에는 해와 달이 둘이어서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웠다. 형제는 활을 쏘아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고 오늘날과 같은 인간 세상을 만들었다. 이와 같이 에는 일월조정 [신화소](/topic/신화소)가 포함되어 있다.
지역사례한국의 창세서사시는 북부 지역의 , 동해안 지역의 , 오산의 , 제주도의 등 전국적인 전승 양상을 보인다. 창세서사시 가운데 북부 지역의 가 온전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동해안 지역의 와 오산의 에 와서는 성격이 달라졌다. 이들 서사시에는 혹은 의 요소들을 결부시켜 변이형을 만들어낸 사정이 확인되며, 제주도의 는 와 의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 창세서사시이다. 지역에 따른 구체적인 차이는 창세서사시를 북부, 중부, 동해안, 제주도 지역으로 나누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북부 지역 창세서사시의 특징은 우선 경쟁의 주체가 미륵과 석가의 두 거인신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이 점은 다른 지역과 대비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쟁 주체가 미륵과 석가로 설정됨으로써 부모의 존재 역시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이들이 태초에 이미 존재하는 거인신이어서 부모의 혈통을 통한 신성성을 빌려 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운학과 강춘옥이 제공한 창세서사시는 이어서 가 연결됨으로써 둘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륵과의 모든 시합에서 패배하는 석가는 미륵에 비해 능력이 열세인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강춘옥이 제공한 자료에서는 석가가 세 번의 대결에서 앞의 두 번은 승리하지만 마지막 한 번의 꽃피우기 대결에서 패하게 되어 속임수를 썼다고 함으로써 석가에게 우호적인 관점을 내비치고 있다. 북부 지역에서 창세서사시의 이름은 다양하다. 김쌍돌이본(本)과 전명수본은 손진태가 ‘창세가’로 명명하여 널리 통용되고 있으나 본래의 이름이 무엇이며, 어떠한 굿에서 불렸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강춘옥본은 ‘셍굿’ 혹은 ‘센풀이’, ‘세인굿’ 곧 ‘[성인굿](/topic/성인굿)’이라 불린다. 은 관북 지방에서 노인의 장수(長壽)와 성공(成功)ㆍ득자(得子)ㆍ재수(財數) 따위를 기구(祈求)하는 굿으로 연행되며, 가정사의 모든 일을 다루는 큰굿이라 할 수 있다. 이 굿에서 받들고 있는 신 역시 인간의 장수와 복록을 주관하는 신으로 인식되며, 제석신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셍’은 곧 성인(聖人)을 일컫기 때문에 창세의 거인신 가운데 인세를 차지한 이가 성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창세서사시에 이어서 성주신화, 득남형 설화, [에밀레종](/topic/에밀레종) 기원형 설화, [장자못](/topic/장자못)형 전설, 제석본풀이 등이 장황하게 있어 성인이라 하는 석가의 행적을 하나로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즉 태초의 시절에 인세를 차지한 거인신 석가가 인간 세상의 최고신으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묶어 그 내력을 길게 노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운학본은 ‘[삼태자풀이](/topic/삼태자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삼태자는 에서 제석신과 당금아기 사이에서 태어난 삼불제석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름 자체만 놓고 보면 의 [구연](/topic/구연)자는 창세서사시의 주역신인 석가가 인세를 차지하여 인세의 여인과 결연하고 인세의 신으로 좌정하는 삼불제석을 태어나게 했다는 내용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했을 수 있다. 실제로 정운학본에는 가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강춘옥본과 정운학본은 창세 때 거인신의 행적이 대단히 확장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의의은 창세신화의 변천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북부 지역의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미륵과 석가가 에서는 선문이와 후문이라는 쌍둥이 형제로 설정된 것은 천하궁 당칠성과 매화부인이라는 부모의 혈통이 확정된 상황과 아울러 창세신화가 [천부지모](/topic/천부지모)(天父地母)형 신화로의 변천 과정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창세신화의 성격상 필수적인 요소가 아님에도 부모의 혈통을 확정하는 식으로 변천 양상을 보인 것은 신화 변천의 경로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표지가 된다. 부모의 신성한 혈통을 확정하는 신화 방식은 대체로 고대국가 건립기에 형성된 [건국신화](/topic/건국신화)의 일반적인 양상이기 때문에 창세신화가 고대 건국신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변천을 겪고 있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게 한다.
참고문헌朝鮮巫俗の硏究 上 (赤松智城ㆍ秋葉隆, 조선총독부, 1937)
관북지방무가 (임석재ㆍ장주근, 문화재관리국, 1965)
제주도무속자료[사전](/topic/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손진태전집 5 (손진태, 태학사, 1981)
제주도 무속 연구 (현용준, 집문당, 1986)
한국의 창세신화 (김헌선, 길벗, 1994)
경기도 도당굿 무가의 현지 연구 (김헌선, 집문당, 1995)
한국창세서사시연구 (박종성, 태학사, 1999)
무속의 천신의례에 관한 연구 (황루시, 비교민속학 22, 비교민속학회, 2002)
巫黨來歷
집문당한국무속연구김태곤1981
정음사한국의 무조흥윤1983
정음사무속의 세계최길성1984
열화당평안도다리굿1985
국립민속박물관큰무당 우옥주 유품1995
집문당한국의 전통춤정병호1999
국립문화재연구소경기도도당굿1999
민속원한국의 무복김은정2004
국립문화재연구소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무구-서울시ㆍ경기도ㆍ강원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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