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린굿

한국무속신앙사전
정신적인 문제로 앓고 있는 환자를 치유하기 위하여 벌이는 굿. 두린굿은 달리 ‘미친굿’이라고도 한다. 일시적으로 미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굿이라는 뜻에서다. 또는 ‘추는굿’이라고도 한다.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것이 굿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두린굿의 ‘두린-’은 ‘미치다’, ‘[어리](/topic/어리)석다’의 뜻을 지닌 두리다의 관형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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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문제로 앓고 있는 환자를 치유하기 위하여 벌이는 굿. 두린굿은 달리 ‘미친굿’이라고도 한다. 일시적으로 미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굿이라는 뜻에서다. 또는 ‘추는굿’이라고도 한다.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것이 굿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두린굿의 ‘두린-’은 ‘미치다’, ‘[어리](/topic/어리)석다’의 뜻을 지닌 두리다의 관형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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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식
정의정신적인 문제로 앓고 있는 환자를 치유하기 위하여 벌이는 굿. 두린굿은 달리 ‘미친굿’이라고도 한다. 일시적으로 미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굿이라는 뜻에서다. 또는 ‘추는굿’이라고도 한다.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는 것이 굿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두린굿의 ‘두린-’은 ‘미치다’, ‘[어리](/topic/어리)석다’의 뜻을 지닌 두리다의 관형형이다.
내용두린굿도 일반적인 굿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체적인 짜임을 보면 일반적인 굿에서 석살림에 해당하는 제차가 확대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환자로 하여금 춤추게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서우제소리와 [무악](/topic/무악)으로 흥겹게 하느라 많은 시간을 쓴다는 점이 특별하다. 환자의 몸에 잡귀와 잡신이 범접하여 병이 난 것으로 보아 굿을 하여 잡신의 정체를 밝히고, 환자의 몸에서 잡신을 쫓아내는 모양을 보여줌으로써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치유에 대한 믿음을 주어 병을 치료한다. 달리 보면 환자 자신이 회피하고 싶어하는 나쁜 기억을 되살려내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함으로써 결국 정상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린굿은 오늘날 보기 어려운 굿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정신병을 치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던 시절에는 무속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두린굿은 빈번하게 벌어졌다. 두린굿은 환자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면 이것이 어떤 잡신이 범접하여 병을 일으킨 것이라고 믿고 잡귀를 내쫓는 내용으로 의례를 진행하는 것이다. 심방은 평상복 차림으로 나서서 초감제, 춤취움, 대김받음, 옥살지움, 도진 등의 제차를 순서대로 진행한다. 두린굿은 신을 청하여 기원하는 제차, 잡신의 정체를 확인하는 제차, 잡신에게 떠나겠다는 다짐을 받는 제차, 잡신을 쫓아내는 제차, 굿을 마[무리](/topic/무리)하는 제차의 순서로 짜인 셈이다.

1. 초감제 : 먼저 초감제를 하여 여러 신을 청하여 모시고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초감제는 청신 의례로서 모든 굿에서 처음 이루어지는 제차이다. 베[포도](/topic/포도)업침, 날과국섬김, 연유닦음, 군문열림, 신청궤, 추물공연 등으로 전개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름이 없다. 다만 연유닦음에서 환자가 언제 어떻게 크게 놀란 일이 있고, 언제부터 아프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언급된다.

2. 춤취움 : 환자에게 어떤 귀신이 범접한 것인지 아직은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잡신의 정체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무악 연주와 노래, 춤이 동원된다. [소미](/topic/소미)들이 북과 장구를 흥겹게 치면 심방이 나서서 [덕담](/topic/덕담)창과 서우제소리를 흥겹게 불러 환자로 하여금 춤추게 한다. 대개는 서우제소리로 채우게 된다. 서우제소리는 늦은 [장단](/topic/장단)으로 부르다가 빠른 장단으로 바꾸어 흥을 돋운다. 환자의 춤이 무르익으면 심방은 노래를 그치고 소미들은 북, 설쒜([꽹과리](/topic/꽹과리)), 대양(징)을 동원하여 무악만 빠르게 연주하여 춤추는 환자를 무아지경에 빠[지게](/topic/지게) 만든다. 춤취움은 환자가 쓰러질 때까지 계속한다. 이처럼 환자를 춤추게 하는 일은 여러 차례 거듭된다. 환자는 병으로 이미 기력이 쇠잔한 상태이므로 춤을 그만두려 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심방과 가족들이 억지로라도 춤을 계속 추게 만든다. 환자는 땀을 흘리면서 억지로 춤을 추느라 기진하기 일쑤다. 춤취움은 환자가 쓰러지면 중단했다가 조금이라도 기력을 회복하면 다시 시작된다. 환자는 춤추다가 쓰러져 물러나 잠들고 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환자는 결국 지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이때 심방이 환자로 하여금 [빙의](/topic/빙의)한 귀신이 누군지 자백하게 한다. 환자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귀신의 대답이 나온다.

3. 대김받음 : 잡신의 정체를 확인하였으니 환자의 몸에서 떠나겠다는 다짐을 받는 절차가 이어진다. “언제 떠날 것이냐?”고 한다. 환자에게 묻되 환자의 몸에 범접한 잡신에게 묻는 형식이다. 환자가 대답한다. “당장 떠날 것이다.”라고 한다. 역시 잡신이 대답하는 모양이 된다. 이렇게 심방은 환자의 몸에 범접한 잡신과 대화를 하여 환자의 몸을 떠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다. 북채로 주리를 틀고, 코에 심지질을 하고, 버드나무로 때리기도 하여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기도 한다. 이를 ‘대김받음’이라고 한다. 다짐받음이라는 뜻이다. 장시간의 춤취움은 결국 대김받음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 옥살지움 : 심방은 잡신에게 어쩔 수 없이 독하게 대한 것에 대하여 이해를 구하며 위로한다. 아울러 원하는 대로 인정을 줄 테니 다시 돌아와 심방이나 환자에게 앙갚음을 하려 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한다. 대김받음을 할 때처럼 환자에게 물어 확인하여 잡신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어 치송한다.

5. 도진・벨코 : 일반적인 굿에서처럼 도진으로 굿을 마무리하기도 하고, [영감놀이](/topic/영감놀이)와 막푸다시를 하거나 바닷가로 장소를 옮겨 영감놀이•배방선•막푸다시를 포함한 벨코(別告祀)를 하여 마무리하기도 한다. 영감놀이는 환자의 몸에 범접한 도깨비신을 그 형들을 불러들여 잘 대접하여 데려가게 함으로써 환자의 치병을 도모하는 연극적인 의례이다. 벨코는 다시 초감제를 간단히 하고 영감놀이를 하여 영감을 대접한 뒤 보내고 다시 막푸다시를 하여 환자의 몸에서 잡귀를 쫓아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막푸다시는 환자의 몸에 [초석](/topic/초석)을 두르고 불을 붙여 잡귀를 내쫓는 방식이 동원된다.

두린굿은 환자를 춤추게 하기를 거듭할 뿐 아니라 잡귀를 쫓아내기를 거듭한다. 본굿의 대김받음과 옥살지움, 벨코의 영감놀이와 막푸다시는 환자의 몸에 범접한 잡귀를 쫓아내는 의례가 형식을 달리하여 거듭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환자의 치유를 확실하게 믿고 싶은 것이다.

두린굿은 미리 며칠 동안 굿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세워 놓는 것이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환자가 나서서 춤을 추고 대김받음이 이루어져야 다음 제차로 넘어가 굿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자마자 굿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굿을 하다가 끝내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두린굿은 환자가 하기에 따라 굿이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는 셈이다. 따라서 두린굿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굿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심방은 환자가 나서서 춤을 추게 하느라 애쓰지 않을 수 없다. 환자의 가족들도 환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환자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춤을 추게 한다. 환자가 춤을 추지 않으려고 하면 억지로라도 끌고 나와 춤을 추게 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한편 두린굿은 굿을 진행하는 심방이나 무악을 연주하는 소미들이 매우 힘겨워하는 굿이다. 심방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소미는 끊임없이 무악을 울리면서 환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도 번갈아 나서면서 부르고, 북과 징도 수시로 교대하면서 치기도 한다.

두린굿은 처용설화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치병굿이 오늘날에까지 전승된 적절한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두린굿은 서우제소리가 거듭 불리므로 동시에 다양한 이본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굿판에서 심방과 구경꾼들이 무악에 맞추어 신명나게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은 결국 신을 흥겹게 놀리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두린굿은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결국 신을 흥겹게 놀리는 것이 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참고문헌제주도무속자료[사전](/topic/사전) (현용준, 신구문화사, 1980)
제주도무속연구 (현용준, 집문당, 1986)
제주도 추는굿 (고광민·강정식, 국립문화재연구소, 2006)
역사두린굿과 같은 방식의 치병굿은 그 역사가 오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처용설화에서 확인된다. 처용의 아내가 역신과 동침하는 것은 곧 역신의 범접으로 병이 난 것이다. 처용이 이를 보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물러난 것은 치병굿을 행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역신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다짐을 하고 사라졌다. 두린굿과 일치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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