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tion | 제주도 큰굿의 서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초감제 가운데 맨 앞에 열리는 굿거리. ‘배[포도](/topic/포도)업침’이라고도 한다. 는 굿의 한 거리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때 불리는 무가를 뜻하기도 한다. 본래 풀이라는 말 자체가 의례적 성격과 신화적 성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맺힘과 풀림의 상대적 관계로 보면 의례적 성격이 강하고, 신의 내력담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보면 신화적 성격이 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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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orname | 나경수 |
정의 | 제주도 큰굿의 서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초감제 가운데 맨 앞에 열리는 굿거리. ‘배[포도](/topic/포도)업침’이라고도 한다. 는 굿의 한 거리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때 불리는 무가를 뜻하기도 한다. 본래 풀이라는 말 자체가 의례적 성격과 신화적 성격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맺힘과 풀림의 상대적 관계로 보면 의례적 성격이 강하고, 신의 내력담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보면 신화적 성격이 강하다. | 참조 | [셍굿무가](/topic/셍굿무가) | 참고문헌 | 제주도 신화 (현용준, 서문당, 1972) 제주도 무속과 서사무가 (장주근, 역락, 2001) | 내용 | 초감제(신의 내력, 좌정, [흠향](/topic/흠향) 등을 위함)의 기능은 굿을 하고 있는 시간과 장소, 굿의 목적을 임재(臨齋)할 신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천지왕은 우주기원과 관련되는 신이기 때문에 초감제에서도 가장 먼저 불린다. 손진태의 와 아울러 제주도에서 불리는 는 우리나라의 우주기원신화, 인류기원신화, 문화기원신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심방은 [제상](/topic/제상) 앞에 앉거나 신칼과 요령을 들고 서서 를 [구연](/topic/구연)한다. 특히 여러 심방이 공동 참여하는 굿에서는 수심방이 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초에 천지는 혼돈 상태로 있었다. 하늘과 땅이 떨어지지 않아 서로 맞붙어 있었고, 암흑으로 휩싸여 한 덩[어리](/topic/어리)로 되어 있었다. 이 혼돈천지에 개벽(開闢)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갑자(甲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축(乙丑)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축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에 금이 생겼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서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점점 분명해졌다. 이때 하늘에서는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흑이슬이 솟아서 서로 합수되어 음양의 상통으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별이 생겨나고, 아직 태양이 없을 때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치니 갑을동방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topic/옥황상제) 천지왕이 해와 달을 두 개씩 내보내어 천지가 개벽하게 되었으며, 아직은 질서가 없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느 날 천지왕은 좋은 꿈을 꾼 후 지상으로 내려가 총명부인을 배필로 맞고자 했다. 총명부인은 자신을 찾아온 천지왕을 대접할 생각으로 부자인 수명장자의 집에 가서 쌀을 빌려 왔다. 하지만 마음씨 고약한 수명장자는 쌀에 모래를 섞어 주었다. 첫술에 돌을 씹은 천지왕은 수명장자와 그 아들딸들의 악행을 전해 듣고 집을 불태워 벌을 주었다. 며칠간의 동침 후에 천지왕이 하늘로 올라가려 하자 총명부인이 자식을 낳으면 어찌할지를 물었다. 이에 천지왕이 아들을 낳거든 이름을 대별왕ㆍ소별왕이라 짓고, 딸을 낳거든 대월왕ㆍ소월왕이라 지으라고 했다. 그리고 박씨 세 개를 내주며 자식들이 자신을 찾거든 이를 심어 하늘로 뻗쳐 올라간 줄을 타고 올라올 수 있도록 당부도 남겼다. 천지왕이 하늘로 올라간 후 총명부인이 아들 형제를 낳아 이름을 대별왕과 소별왕이라고 지었다. 형제는 자라나서 아버지를 만나고자 박씨를 심었다. 박씨에서 움이 돋아 덩굴이 하늘로 뻗어 올라갔다. 이에 형제는 그 덩굴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천지왕을 만났다. 천지왕은 형인 대별왕에게 이승, 아우인 소별왕에게 저승을 각각 차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소별왕은 욕심이 많아 이승을 차지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형에게 서로 경쟁하여 이기는 자가 이승을 차지하자는 내기를 청했다. 동생은 먼저 [수수](/topic/수수)께끼로 다투었으나 이기지 못하자 한 번 더 하자고 졸라서 서천꽃밭에 꽃을 심어 더 번성하게 한 이가 이승을 차지하자는 내기를 하였다. 꽃을 가꾸는 데 있어 대별왕의 꽃은 번성했지만 소별왕의 꽃은 번성하지 못했다. 이에 소별왕이 대별왕에게 잠을 자자고 하고는 대별왕이 잠든 사이에 몰래 대별왕의 꽃을 자기 앞에 가져다 놓고 자신의 꽃을 대별왕 앞에 가져다 놓았다. 잠에서 깬 대별왕은 꽃이 바뀐 것을 알았으나 소별왕에게 이승을 차지하도록 하고 자신은 저승으로 갔다. 소별왕이 이승에 와서 보니 해도 두 개가 뜨고 달도 두 개가 뜨고, 초목이나 짐승도 말을 하고, 인간 세상에는 도둑ㆍ불화(不和)ㆍ간음이 성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고 귀신을 부르면 사람이 대답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소별왕은 형에게 이 혼란을 바로잡아 주도록 부탁했다. 대별왕은 활과 살을 [가지](/topic/가지)고 해와 달 하나씩을 쏘아 바다에 던져 하나씩만 남기고, 송피가루 닷 말 닷 되를 뿌려서 짐승들과 초목이 말을 못하게 하였다. 또한 귀신과 인간은 저울질을 하여 백 근이 넘는 것은 인간, 못한 것은 귀신으로 각각 보내어 인간과 귀신을 구별하여 주었다. 이상과 같이 신화는 우주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세상의 질서가 잡혀가는 과정을 노래한다. 먼저 우주가 천지개벽을 통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노래된다. 크게 보면 우주기원신화는 개벽형과 창조형이 있다. 의 우주기원은 개벽형에 속한다. 전형적으로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조물주가 우주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우주기원신화는 창조형에 속한다. 사실 서양에서 기독교가 들어오고 성경이 번역되기 전까지 동양에는 천지개벽이라는 말만 있었을 뿐 천지창조라는 말은 없었다. 우주기원의 개벽형과 창조형은 문화권을 구분하는 중요한 준거이며, 는 전형적인 개벽형 우주기원신화에 속한다. 개벽이 되자 마자 바로 질서와 안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래 신화에서는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s)라는 말이 각각 혼돈과 질서라는 말로 사용된다. 카오스는 갈라진 틈새라는 뜻이며, 특히 하늘과 땅이 서로 거의 붙어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오리엔트 지역의 낱말이었다. 천지가 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하늘과 땅이 개벽을 통해 거리가 생기게 되면 그때 모든 존재는 시작된다. 시작 단계는 혼란스럽다.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화적 사건이 일정 기간 병행되며, 바로 이러한 사건이 신화의 줄거리를 이루게 된다. 역시 개벽에서부터 질서의 세계로 나아가는 단계의 여러 사건이 나타난다. 가 지니고 있는 사건의 성격을 나누어 보면 신화의 3대 기능인 존재론적 기능, 인식론적 기능, 가치론적 기능을 공유하고 있다. 존재론적 기능은 우주의 기원과 각종 천체 및 만물이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천지개벽과 함께 청이슬 및 흑이슬이 음양상통(陰陽相通)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만물 등 공간이 생성되고, 천황닭ㆍ지황닭ㆍ인황닭이 울어 날이 밝는 등 세상의 시간이 생성된다. 인식론적 기능은 앎의 눈을 뜨게 하거나 해결의 방법을 밝히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소별왕, 대별왕 등 이름을 짓는 것은 대상 준별과 인식의 중요한 기능이다. 또 내기를 해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 박의 줄기를 타고 하늘에 오르는 방법, 활을 쏘아 두 개씩인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고 송피가루를 써서 짐승과 초목들이 말을 못하게 하며 무게를 달아서 사람과 귀신을 구별하는 등 여러 방법은 인식의 기능을 하는 내용들이다. 가치론적 기능은 사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규범과 윤리도덕 등을 제시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옥황상제는 악행을 저지르는 수명장자와 그 가족을 징치하여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하는 내용을 보이고, 소별왕과 대별왕을 대립시켜 저승과 이승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세계를 제시하면서 역시 선악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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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문당 | 제주도무속연구 | 현용준 |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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