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굿

한국무속신앙사전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굿으로, 여러 성인의 내력을 일괄해서 하나로 모시는 작은 재수굿. 이를 달리 ‘셍굿’, ‘센풀이’, ‘세인굿’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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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에서 전승되는 굿으로, 여러 성인의 내력을 일괄해서 하나로 모시는 작은 재수굿. 이를 달리 ‘셍굿’, ‘센풀이’, ‘세인굿’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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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선
정의함경도에서 전승되는 굿으로, 여러 성인의 내력을 일괄해서 하나로 모시는 작은 재수굿. 이를 달리 ‘셍굿’, ‘센풀이’, ‘세인굿’ 등으로 불린다.
내용성인굿의 주된 목적은 노인의 무병장수, 가족의 축원, 득남, 재산의 부귀공명 증식 등을 기원하는 것이다. 성인굿의 특징은 여러 성인(聖人)의 본풀이가 종합적으로 [구연](/topic/구연)되는 것이다. 또한 삶의 의미를 고양하고 삶을 증식하고자 하는 신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이 아주 독특하다.

성인굿의 본풀이를 보면 여러 성인의 내력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선행 연구는 각기 차별성을 띠고 있지만 대체로 동일한 관점에서 내용을 분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찍이 이 본풀이에 주목하여 다루었던 연구자에 의하면 처음에 거칠게 분할했지만 나중에 이를 다시 재론하면서 신화적 성격을 분명하게 예시했다. 다음으로 성인굿의 실제를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의미 해독을 시도하고, 평안북도 강계의 자료와 견주면서 의미 탐색을 했다.

서사적 내용의 정리는 일차적으로 각기 의의를 지니고 있어서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서대석은 미륵과 석가의 인세차지경쟁담, 석가의 치세담, 강박덱이와 모시각시담, 청애선비담, 원맥이의 희생담, 서인님의 장자징치담, 세주아기와 삼제석담 등으로 분할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 굿의 신화적 성격에 대해서 논의했다. 임석재는 천지개벽신화, 강박덱이와 모시각시, 원맥이설화, 천년[두레](/topic/두레) 천년장재비, 아홉방 세주애기 등으로 분할하였다. 두 연구자는 의미 부여하는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의 관점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각각 다룰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관점을 존중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재편해 다루게 되면 다음의 몇 [가지](/topic/가지)로 다시 정리할 수 있다.

1. 창세신화, 미륵과 석가의 대결 : 성인굿에서 성인의 근원과 내력을 말하는 과정 중에 중국과 우리의 성인을 말하는 것이 있다. 중국에 성인이 있으므로 우리에게도 성인이 있다고 하는 자존심의 발현이 이러한 성인의 내력과 창세 과정에서 구현된다.

이 세상을 차지한 신격이 누구인가 말하는 과정에서 미륵과 석가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이 예시되어 있다. 원래 세상을 만든 신과 이 신이 만든 세상을 부정한 방법으로 차지하려고 하는 신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세상의 창조와 치세는 각기 다른 것임을 말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2. 석가의 일ㆍ월 혼돈 정립과 물ㆍ불의 근본 마련 : 부정한 방법으로 차지한 이 세상에 혼돈이 일어났다. 이 혼돈의 핵심은 우주적 혼란으로 세상에 있는 해와 달이 각각 두 개라는 것이다. 이 우주적 혼돈을 소거하는 것이 석가의 임무로, 자신의 부정과 직결되었다. 사회적 혼돈과 우주적 혼돈 역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인간사회의 혼란을 중심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이 제시된다. 석가가 미륵을 찾아가서 이 문제의 해법을 구한다.

석가는 물과 불의 근원을 찾아내고 인간 사회의 죽음이 이룩되면서 이를 처리하는 화장법을 마련한 뒤 절을 짓고 문화를 이룩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문화 창조를 이루면서 이 방법을 통해 인간 사회의 질서를 수립하는 면모가 예시된다.

3. 강박덱이와 모시각시 대결담 : 창세신화에 이어서 성주신화의 내용과 제의적 기원을 이루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신화적 내용의 요점은 강박덱이와 모시각시가 한쪽은 궁궐을 짓고, 다른 한쪽은 천을 짜는 대결이다. 강박덱이가 이 대결에서 패배하자 하늘의 옥황을 협박해 성주신으로 좌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성주신화의 일정한 맥락과 연계되어 있어서 이 자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본풀이가 있음에도 이 이야기가 있는 것은 성인굿의 남다는 면모를 파악하게 한다. 특히 창세신화의 뒤에 이 이야기를 놓은 것은 각별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내기를 하면서 [집짓기](/topic/집짓기)와 베짜기를 하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를 환기하게 한다.

4. 청애두레 청애선비 이야기 : 이 대목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게 되면 다음과 같다.

장자가 자식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안헤산 금상절의 중이 와서 [시주](/topic/시주)를 구하자 장자가 시주를 한다. 장자에게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곳의 절에 있는 인물이 와서 시주를 구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묻고 절에 와서 삼일기도를 하라고 한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고 아이 자신은 절간의 성인님이 되겠다고 하면서 출가한다.
아이가 안헤산 금상절에 가서 [염불](/topic/염불)을 하는 것을 보고, 그곳의 중들이 신선춤을 추느냐고 하면서 아이를 박대하자 아이는 그곳 절의 중들을 구렁이로 만들어 [대문](/topic/대문)에서 섬기게 한다. 아이 자신은 안헤산의 금상절을 크게 일으키게 된다.

이 내용은 신성성을 부정하고 도전하는 [무리](/topic/무리)에게 다시 자신의 영험함을 보여주고 신앙적 회복을 꾀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절 건립과 관련된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부가되면서 이 이야기가 이어졌음이 확인된다.

5. 원산두레이 원맥이 시주이야기(人柱說話) : 경주 봉덕사의 [에밀레종](/topic/에밀레종) 유래설화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전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인주전설(人柱傳說)의 범주에 속한다. 인경의 영험이나 주조 과정의 신비성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무속신화](/topic/무속신화)로 수용되어 구연된 것으로 보인다. 중세 전설에 이러한 이야기가 널리 전승되고 있어서 중세 종교의 신비성과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이야기와 동궤의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적 사업의 불교적 신앙심을 고취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 것은 ‘봉덕사종’ 기원설화에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성인굿에 이러한 내용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음으로써 이 이야기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6. 천년두레 천년장재비 징치 : 이 이야기는 이른바 [장자못](/topic/장자못)전설과 관련된 불교의 패망 및 홍수신화를 연결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아 있다. 창세신화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홍수신화의 흔적을 지니고 있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 장자가 악행을 저지르자 며느리가 이를 말리는 일을 한다. 이에 중은 파멸을 막을 방도를 일러주지만 이 방도의 금기를 어겨서 집안이 멸망했다고 하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이다.

7. 아홉방 세주애기 이야기 ‘[제석본풀이](/topic/제석본풀이)’ :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당금애기](/topic/당금애기)의 유형과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아홉방세주애기’는 함경도에 전승되는 제석본풀이 유형의 본풀이로서 여기 셍굿에 수록되어 있다. 제석본풀이가 여러 이야기에 마지막으로 수록된 것은 특이하지만 다른 지역의 사례로 보면 별반 이상한 현상도 아니다. 셍굿 자체가 종합적인 본풀이 성격이 있으므로 유사한 본풀이가 통합되어 묶여진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현상도 아니다.

서인님과 세주애기가 결연하여 자식을 낳게 되는 점, 세주애기 혼자서 고난을 당하다가 신성한 아이 셋을 낳는 점, 나중에 신성한 아이들이 아버지가 없음을 알고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점,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서 신성한 시련을 견뎌내고 자식임을 인정받는 내용이 있는 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어머니를 위해 신직을 요구하는 점이 중심을 이루는 내용이다.

성인굿과 성인굿의 여러 본풀이가 서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러 다른 유형의 본풀이가 [민담](/topic/민담)적 원천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 자료로 수렴되면서 독자적인 굿의 형태를 이룩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본풀이의 원천을 계승하면서도 이 굿의 실제적 의례는 재수굿의 일환으로 연행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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