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반혼굿

한국무속신앙사전
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사신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을 때 개를 잡아 놓고 그 혼을 달래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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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사신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을 때 개를 잡아 놓고 그 혼을 달래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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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묵
정의호랑이에게 물려죽거나 사신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을 때 개를 잡아 놓고 그 혼을 달래는 굿.
내용하나의 독자적인 굿이라기보다 큰굿을 할 때 중간에 삽입되어 관련 조상을 위로하는 굿이다. ‘[호서낭](/topic/호서낭)’, ‘반혼굿’, ‘개반혼굿’, ‘호영산굿’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과거 호환(虎患)이 심할 때는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거의 행해지지 않는 굿이다. 오늘날에는 무당들을 통해 이 굿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으나 무당에 따라서도 설명에 다소 차이가 있다.

김매물 [만신](/topic/만신)은 이것을 ‘호서낭 반혼굿’, 또는 ‘개반혼굿’이라고도 하며, 범·개·뱀 등에 물려서 죽었을 때 하는 굿이라고 한다. [이선비](/topic/이선비) 만신은 집에서 집굿을 하고 난 뒤 [마당](/topic/마당) 밖 멀리 나가서 목신, 즉 나무 있는 곳에서 개를 잡아 한다. 이를 호서낭 반혼굿이라고 한다고 한다. 또한 돼지를 잡지 않는 굿이 반혼굿으로, 식상돋음도 같은 말로서 돼지를 잡지 않고 간단히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무의식」에는 “집안 조상에 사신으로 갔다온 이가 있다든가 호식(虎食)으로 죽은 이가 있으면 그 조상을 위하여 행하는 굿으로, ‘개릉산’ 또는 ‘사신반혼굿’이라고 이른다. 조그맣게 시루를 찐 다음 개를 끌고 조용한 산에 가서 개를 잡아 [가죽](/topic/가죽)을 벗기고 조짚이나 [수수](/topic/수수)짚으로 개 모양을 크기대로 만든다. 그 위에 개가죽을 씌워서 시루 앞에 놓고 개고기는 삶아서 큰 그릇에 놓고 간단히 굿을 한다. 만신은 개를 사신이라 하여 개를 타고 굿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을 종합할 때 사신반혼굿은 조상 중에 [동물](/topic/동물)에게 물려 죽은 사람이 있거나 사신으로 다녀온 사람이 있을 때 돼지 대신 개를 잡아 놓고 그 영혼을 달래는 굿임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호랑이 피해가 심했다. 오늘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처럼 예전에는 호랑이나 각종 동물에게 물려 죽은 사례가 빈번하였다. 따라서 이렇게 죽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이런 굿이 많이 행해진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동물로부터 피해가 많았기 때문에 정확히 사신반혼굿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아득한 옛날부터 이러한 무속의례가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례호환이 없는 오늘날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굿을 보기가 힘들다. 따라서 상세한 조사도 어렵다. 그러나 황해도 이외의 지역에서 아직까지 전해지는 범굿이 있다. 경상도 동해안의 포항시 남구 대보면 강사리를 비롯하여 몇몇 [마을](/topic/마을)이 그러하다. 옛날 호환이 심했던 강사리에서는 범굿이 중요한 굿거리였다. 그래서 호환이 없어진 근래에도 범굿이 마을의 전통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범에게 쇠머리를 대접하고 있으며, 범굿이 시작되면 무당은 종이로 만든 [호피](/topic/호피)(虎皮)를 뒤집어쓰고 호탈놀이를 한다. 그리고 굿이 끝나면 쇠머리를 뒷산에 묻는다.

경기도 문산에서는 도당굿을 하고 호영산을 놀리는 놀이굿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군웅할아버지, 선막동이, 후막둥이, 호대감, 어릿광대 등 여러 배역을 맡아서 탈을 쓰고 노는 놀이로 호랑이를 잡아 액을 풀고, 호랑이를 놀리기 위해 호랑이가 개를 잡아서 산을 헤집고 다니는 놀이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하여 호영산을 잘 놀면서 동네가 편안하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 그리고 이 놀이를 하고 나면 돼지머리를 바위 위에 올려 놓고 호랑이가 물어가도록 한다. 오늘날 경기도 성남 청계산 일대의 동제를 보면 제를 지낸 후 고깃덩[어리](/topic/어리)를 제당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두고 내려온다. 이것도 호랑이에게 주는 것이다. 한편 문산과 같이 호영산을 노는 놀이굿은 없지만 경기도 일대의 동제에서도 호환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례적 행위를 엿볼 수 있다.

1998년 경기도 마석에서 황해도굿을 하는 한 무당의 신사맞이 때 대감거리에서 호군웅대감이라고 하여 호영산을 놀리는 굿을 하였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앞에서 대감들을 놀리고 만신은 돼지 뒷다리를 들고 산으로 가서 나무 밑에서 호영산대감, 수살대감, 목신대감, 벌대감, 들대감을 호명하며 빈다. 호랑이 넋이 실리면 돼지 뒷다리를 땅에 묻기도, 하고 땅을 기어다니며 낙엽을 던지기도 한다. 온 산을 기어다니면서 이 나무 저 나무 밑에서 돼지고기 덩어리를 던지고 입에 물고 다니며 호랑이 흉내를 낸다. 조금 내려와서 업단지 위에 올려놓은 [짚주저리](/topic/짚주저리)를 뒤집어쓰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다가 땅을 기어다니며 장구 앞으로 와서 군웅이 놀 때처럼 [바구니](/topic/바구니) 안에 담긴 돼지 내장과 피를 먹기도 하고 산 쪽으로 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한 후 장구 앞으로 와서 공수를 하고 끝냈다.

범굿은 지역에 따라 마을굿에서 호영산을 놀리기도 하고,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조상을 위한 가정굿도 있다. 그만큼 과거 한국인의 일상에서 호환에 대한 두려움이 광범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연로한 무당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곤 한다. 한 무당은 1980년대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방앗간을 하는 사람이 호랑이가 내려와서 개를 물어 가려는 것을 쫓았더니 그날로 주인이 병에 들어 죽었다는 말을 하였다. 이는 사실의 진위를 떠나서 여전히 민간에서 지금도 호랑이를 두려워하거나 신령스럽게 생각하는 사고가 잔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무의식편 (문화재관리국, 1983)
강사리범굿 (하효길 외, 열화당, 1989)
문산도당굿과 호령산호대감놀이 (김선풍, 청하성기조선생회갑논총, 신원문화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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