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경

한국무속신앙사전
원인 불명의 정신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원인을 역신이나 잡귀·잡신의 침범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앉은굿으로써 퇴치하는 주술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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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불명의 정신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원인을 역신이나 잡귀·잡신의 침범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앉은굿으로써 퇴치하는 주술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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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
정의원인 불명의 정신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원인을 역신이나 잡귀·잡신의 침범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앉은굿으로써 퇴치하는 주술행위.
내용미친경은 점복(占卜)을 통해 획득한 병의 원인에 근거하여 연행된다. 미친경을 연행하는 무당[법사]은 병의 원인 및 치료 방법을 점복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병의 원인과 성향을 달리하는 초자연적•초인격적 존재와 접촉하는 방법으로 병몰(病沒)을 극복한다. 가령 어떤 병의 원인이 망자의 한(恨)에 기인한다면 망자의 한풀이, 잡귀나 잡신의 침범에 기인한다면 양재(禳災), 금기의 위반에 기인한다면 고백과 기원이 각각 치료 방법이 된다. 병인과 상응하는 논리를 바탕으로 주술적 효과를 기한다고 볼 수 있다. 미친경은 일종의 처방이며, 처방은 위협적 방법으로 병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런데 ‘점복을 통해 병인을 확인하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으로써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주술적 논리에 의한 치병 행위는 이미 고려대의 왕실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던 것이었다. 예컨대 이자겸(李資謙, ?~1126)과 같은 정치적 모반자에 대한 책벌이 강화되던 혼란기에 왕이 위독하자 점복을 통해 왕의 병인을 ‘20년 전에 죽은 이자겸의 망혼’으로 확인하고 이에 대한 상응의 방법으로 이자겸의 처자를 인주로 이주시킨 일이 있었다. 고려 태조 13년(930)에 서경에 학교를 창설하여 의학과 복학을 가르쳤으며, 인종 연간에는 상약국(尙藥局)과 같은 국립기관에서 의업(醫業)과 주금업(呪禁業)을 전문으로 하는 의관을 배출하였지만 의술의 발달과 관계없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이나 간섭을 병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치유의 효과를 기하였던 것이다.

이외 궁궐과 민간에서 망자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불태우는 염승(厭勝)이나 망자의 해골을 성역에 양재 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다른 생명체에게 병인을 전이시키는 [대수대명](/topic/대수대명)(代數代命)을 광범위하게 자행하였다. 오늘날에는 염승이나 양재 또는 대수대명뿐 아니라 목인(木人;木偶)이나 제웅 또는 [사귀대](/topic/사귀대)로 환자나 병인을 표상하는 흉물을 만들어 태우거나 특정 장소에 [매장](/topic/매장)하는 등 더욱 다양한 주술 행위를 빈번하게 표출하고 있다. 요컨대 점복을 통해 획득한 병인을 저주하여 병몰을 극복하는 것, 곧 저주로써 저주를 막는 대항주술(counter magic) 또는 역주술(revers magic)이 미친경의 핵심적인 진행원리라고 할 수 있다.
역사미친경에서 역신이나 잡귀•잡신 등을 구축할 때 무엇보다 『옥추경(玉樞經)』을 독송한다. 원래 『옥추경』은 도교 신소파(神霄派)의 중심 경전으로, 북송 무렵부터 부각되었다. 원말명초에 이르러서는 민간에까지 광범하게 유포되었다. 『옥추경』이 한국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유입•유포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무경](/topic/무경)의 제명(題名)이 언급된 최고(最古)의 자료로서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도류(道類)가 옥추경을 독송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유•불•도와 무속이 공존하던 고려시대에 이미 『옥추경』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특히 ‘소격서’가 유지되었을 때 『옥추경』에 대한 신뢰와 평가는 대단하였다. 소격서에는 종8품의 상도(尙道) 1명과 종9품의 지도(志道) 1명을 비롯하여 도류 15명이 활동하였다. 도류는 흔히 ‘도사(道士)’로 불렸으며, [백의](/topic/백의)(白衣)와 오건(烏巾)을 착용하고 『영보경(靈寶經)』 등의 경문을 외우며 치성을 드렸다. 도류는 국가에서 엄선한 자들이었으며, 취재(取才)에 『옥추경』을 과의(科義) 경문의 하나로 지정하였다. 특히 팔절(八節;입춘, 입하, 입추, 입동, [춘분](/topic/춘분), 추분, 동지, 하지) 때 초제의식(醮祭儀式)에서 도류들이 『옥추경』을 독송하였다.

국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옥추경』은 『한국고서목록』에 실린 것만 한정해도 최고본인 조선조 선조 3년(1570)에 안심사(安心寺)에서 목판으로 발간한 ‘안심사판’을 비롯하여 모두 여섯 종이나 된다.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서(序)가 붙은 판본도 전승되고 있다. 그런데 안심사판은 변상도(變相圖)와 경문(經文)이 한 장씩 낙장(落張)된 것을 성균관 진사인 오인(吳認)이 그대로 인간(印刊)한 자료이다. 이후 영조 12년(1736)에 송몽삼(宋夢三)과 서두추(徐斗樞)가 우연히 안심사판에서 낙장한 자료를 입수하고 [묘향산](/topic/묘향산) 보현사(普賢寺)에서 『옥추경』을 보각(補刻)하여 완본을 만들었다.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옥추경』은 보현사판을 원형으로 삼고 있다.
지역사례미친경은 앉은굿의 형태로 연행된다. 앉은굿은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지만 특히 충청권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앉은굿의 형태로서 미친경의 ‘병인의 확인과 제거’라는 두 축을 고수하며 연행되었던 충청권 미친경의 연행 양상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 자료의 전개 양상을 연행의 형태에 따라 ①[안택](/topic/안택)-미친경-안택, ②축원-미친경-해원, ③안택+축원-미친경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의 형태가 미친경의 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 제천의 염의춘이 주재한 [병굿](/topic/병굿)이 ①의 형태를 대표한다. 대전광역시의 [신석봉](/topic/신석봉)(申石奉)이 주재한 미친굿도 안택-미친경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후반부의 안택을 생략한 것이기 때문에 ①의 형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미친경과 결부한 안택은 전형적인 안택의 의미와 전혀 다르다. 안택의 원래 목적과 의미가 [가신](/topic/가신)의 축원에 있다면 미친경에 선행하는 안택은 본격적인 의식에 앞서 우선 가신에게 미친경의 진행을 고하여 축원을 획득하는 동시에 가정의 질서와 조화를 회복하기 위한 일시적인 혼란이므로 [사전](/topic/사전)에 양해를 구한다는 의미가 더욱 지배적이다. 미친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차(祭次) 2일의 염의춘의 병굿과 신석봉의 미친굿은 모두 신장을 청배하고, 신장을 부려 병인을 제거하는 양재로 이어지고 있다. 환자의 상태 내지 점복을 통해 획득한 병인의 성향에 따라 양재의 구체적인 행위를 [대수대명](/topic/대수대명)으로 할 것이냐, [화전](/topic/화전)치기로 할 것이냐는 것이 상이할 뿐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다. 한편 [후행](/topic/후행)하는 안택은 가신에게 미친경이 끝났음을 고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러한 재액이 없기를 바라는 축원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②의 형태는 3일굿[오좌(五座);2박3일]으로서 미친경의 전형성을 띠고 있지만 현실 여건상 [재가집](/topic/재가집)에서 직접 연행하지 못하고 굿당에서 연행한 미친경이었기 때문에 선행해야 할 안택은 축원[축원경(祝願經)], 후행해야 할 안택은 해원[조상경(祖上經)]으로 각각 대체하고 있다. 안택을 통해 가신을 축원하여 병몰을 극복하는 대신에 미친경을 주재할 주체로서 제자법사를 스승법사가 축원해 줌으로써 의식의 전 과정에서 제자법사의 주술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무속적 관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또한 환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조상의 원을 풀어주어 그들의 신조를 얻고, 이에 따라 병몰을 극복하려는 이중적 조치로서 조상경을 연행한다. 안택을 대신하여 축원이나 해원이 미친경의 핵심적인 연행에 선•후하여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굿당에서 치러지는 미친경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③의 형태는 ①의 축소형 내지 변이형이라고 할 수 있다. 충남 태안의 조부원이 주재한 귀신착수가 ③의 형태에 해당한다. 이 굿은 실연이었지만 시연의 공간에서 연행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당일양재(當日禳災)라는 축소형 내지 변이형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으며, 개별 거리의 조합에 의해 가신을 일일이 청배하여 축원하는 온전한 형태의 안택이 아니라 가택축원이라는 별개의 형태로서 「안택경축원문(安宅經祝願文)」을 독송하여 가신의 축원을 일거에 획득하고 있다. 그리고 『신장축원문(神將祝願文)』을 반복 독송하여 신장을 축원함으로써 가택축원이 갖는 안택으로서의 한계를 신장의 신조를 얻어 보충하고 있다. 또한 영[가축](/topic/가축)원•사자축원•길닦음 등 3~5석에서 망자와 사자를 축원하는 동시에 망자의 길을 닦아줌으로써 이들의 신조를 얻고, 이렇게 함으로써 병몰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런 이후에야 본격적인 귀신착수가 이루어짐으로써 [검무](/topic/검무), 화전치기, 신장봉양, [신장대](/topic/신장대)가름, 귀신착수, 백살풀이, [퇴송](/topic/퇴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양재 행위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상의 내용을 다시 연행 상황에 따라 대별하면 실연과 시연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실연의 형태는 재가집 연행과 굿당 연행으로 나눌 수 있다. ①이 실연의 형태로서 재가집 연행이며, ②가 실연으로서 굿당 연행이며, ③이 시연의 형태이다. 이와 같이 현장의 종합적인 상황에 따라 연행 형태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어떠한 형태를 취하든, 이것은 3단 구성[처음-중간-끝]을 취하고 있다. 현장의 여러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동시에 치병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효과적으로 획득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미친경의 가장 적절한 구성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친경은 [무경](/topic/무경)의 독송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제장 주위에 둘러치는 다양한 문양의 설경(設經), 문복(問卜)에 의한 대가름, 모의행위로서의 양재 등 직접적이고 격렬한 주술 행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자료의 실체를 왜곡하는 “미친경은 법사가 무경을 읽는 단순한 형태의 굿이다”, “미친경은 신장을 불러와 사귀를 위협하는 일종의 [푸닥거리](/topic/푸닥거리)이다”라는 식의 오해를 현장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 | | 충북 제천시 염의춘 본 | | | 대전광역시 신석봉 본 | | | 충남 태안군 조부원 본 | | | 충남 청양군 임철호 본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명칭 | | 병굿(1998) | | | 미친굿(2000) | | | 귀신착수(2001) | | | 병경(2004) | |
| 제차1일 | 안택굿 | 1석 | 조왕굿 | 안택굿 | 1석 | 조왕경 | 귀신착수 | 1석 | 부정물림 | 축원경 | 1석 | 제자축원 |
| | | 2석 | 터주굿 | | 2석 | 당산경 | | 2석 | 가택축원 | | 2석 | 환자축원 |
| | | 3석 | 성조굿 | | 3석 | 칠성경 | | 3석 | 영가축원 | | - | - |
| | | 4석 | 제석굿 | | 4석 | 용왕경 | | 4석 | 사자축원 | | - | - |
| | | 5석 | 조상굿 | | 5석 | 성주경 | | 5석 | 길닦음 | | - | - |
| | | - | - | | 6석 | 조상경 | | 6석 | 검무 | | - | - |
| 제차2일 | 병굿 | 1석 | 신장청신경 | 미친굿 | 1석 | 신장청신경 | | 7석 | 화전치기 | 병경 | 1석 | 신장봉청 |
| | | 2석 | 신장대가림 | | 2석 | 신장[축사](/topic/축사)경 | | 8석 | 신장봉양 | | 2석 | 신장축원 |
| | | 3석 | 신장축사경 | | 3석 | 신장대가림 | | 9석 | 신장대가름 | | 3석 | 신장축사 |
| | | 4석 | 역신잡이 | | 4석 | 귀신잡이 | | 10석 | 귀신착수 | | 4석 | 축귀진언 |
| | | 5석 | 대수대명 | | 5석 | 화전치기 | | 11석 | 백살풀이 | | 5석 | 고풀이 |
| | | 6석 | 백살풀이 | | | - | | 12석 | 퇴송 | | 6석 | 내전풀이 |
| | | 7석 | 신장송신경 | | | - | | | - | | | - |
| 제차3일 | 안택굿 | 제차1일과 | 동일진행 | - | - | | - | | - | | 조상경 | 조상해원 |
참고문헌朝鮮王朝實錄
五洲衍文長箋散稿
經國大典
충청도 무가 (김영진, 형설출판사, 1976)
조선도교사 (이능화, 이종은 역, 보성문화사, 1977)
중국도교사 (임계유, 상해인민출판사, 1990)
도령부신연구 (김영진, 민속원, 1992)
충청 지방의 미친굿 (이필영, 샤머니즘연구 1, 한국샤머니즘학회, 1999)
충북의 민속문화 (이창식, 충청북도·忠北學硏究所, 2001)
계룡산 굿당 연구 (구중회, 국학자료원, 2001)
한국의 굿 (하효길 외, 도서출판 民俗苑, 2002)
충북의 무가·[무경](/topic/무경) (이창식 외, 충북학연구소, 2002)
충청도 앉은굿 무경 연구 (안상경, 충북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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