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tion | 외출을 하였다가 귀가한 뒤에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두통·복통·오한(惡寒) 등을 앓게 되면 ‘잔밥각시’에게 잔밥을 먹여서 질환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라서 적절한 조치를 하는 일종의 치유(治癒) 의례. |
---|---|
mp3Cnt | 0 |
wkorname | 이필영 |
정의 | 외출을 하였다가 귀가한 뒤에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두통·복통·오한(惡寒) 등을 앓게 되면 ‘잔밥각시’에게 잔밥을 먹여서 질환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라서 적절한 조치를 하는 일종의 치유(治癒) 의례. | 정의 | 외출을 하였다가 귀가한 뒤에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두통·복통·오한(惡寒) 등을 앓게 되면 ‘잔밥각시’에게 잔밥을 먹여서 질환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라서 적절한 조치를 하는 일종의 치유(治癒) 의례. | 내용 | 잔밥먹이기는 부정(不淨)한 장소나 다른 집안의 혼인 잔치, 장례(葬禮) 등에 다녀온 뒤에 까닭 없이 아플 경우에 행한다. ‘잔밥각시’가 일러주는 질환의 원인은 대개 네 [가지](/topic/가지)이다. 곧 성주, 터주 등 [가신](/topic/가신)(家神)이 빌미가 된 경우, 객귀가 침입한 경우, 집 안에 각종 물건을 잘못 들여 놓아서 발생한 동토(動土)의 경우, 몸 자체가 허약해져서 생긴 병환의 경우이다. 이 가운데 가신과 객귀로 인한 질환에만 잔밥먹이기를 한다. 이때 가신에게는 잘못을 빌고 위로를 하며, 객귀는 [된장](/topic/된장)국밥을 주어 내쫓는다. 1. 잔밥먹이기의 성격 : 잔밥먹이기는 글자 뜻 그대로 ‘잔밥을 먹이는 의례’이다. 잔밥의 정확한 뜻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잔반](/topic/잔반)(殘飯), 곧 먹고 남은 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잔밥은 ‘먹고 남은’ 밥이 아니라 쌀․콩 등 [곡물](/topic/곡물)을 가리킨다. 여기서 잔밥을 누구에게 먹이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잔밥을 먹이면서 외는 주문(呪文)에서 보면 잔밥은 ‘잔밥각시’에게 바치는 제물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호남지방에서는 ‘뒷박각시’로 불린다. 이는 곡물을 됫박에 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잔밥각시는 강남(江南)에서 온 어린 새색시로 인식된다. 그녀의 남편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에게 병을 치유해 달라고 애원도 하며, 잡귀 침탈의 유무 또는 그 밖의 질병의 원인을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 병자의 질환을 모두 걷어 달라고 간절히 빌기도 한다. 잔밥각시는 미지(未知)의 병인(病因)을 됫박의 쌀을 증표로 삼아 일러줄 수 있다. 됫박 안 어느 곳의 쌀을 잔밥각시가 먹었는지, 곧 어느 위치의 쌀이 파여져 있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쌀을 담은 됫박을 주문을 외면서 환부(患部)에 문지르면 됫박 안의 쌀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어느 부분은 다소 움푹 파이게 마련이다. 이를 두고서 잔밥을 먹였다고 관념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통하여 성주, 조상, 터주 등 가신(家神)이 빌미가 된 것인지 동토가 난 것인지 객귀가 붙은 것인지 몸에 이상(異常)이 있는 것인지 등을 판별할 수 있다. 이는 잔밥각시가 [어리](/topic/어리)석고 답답한 인간을 위하여 됫박 안 특정 부분의 쌀을 먹음으로써 그녀의 신의(神意)를 나타낸 것이다. 일종의 신탁(神託)인 셈이다. 실제로 잔밥을 누가 먹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잔밥각시가 먹는 것인지 가신이나 객귀 등이 먹는 것인지 아니면 잔밥각시가 가신이나 객귀로 하여금 어떤 부분의 쌀을 먹으라고 인도하거나 지시를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그러나 대개의 주문(呪文) 내용에 따르하면 잔밥각시가 잔밥을 먹는 것으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환자의 질환을 거둘 수 있는 존재로 믿어진다. “잔밥각시가 환자를 당장에 살려 내라.”든가 “잔밥각시가 아픈 것 다 걷어 가지고 가라.”는 등의 주언(呪言)은 그러한 믿음에 [기초](/topic/기초)한다. 이러한 요청이나 명령은 잔밥각시에게 공양(供養)된 잔밥, 곧 쌀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자신에게 제공된 쌀을 먹으면 그 대가로서 병인의 증표(證票)를 보여 주어야 하고, 더욱이 병을 거두어 마침내 완쾌하도록 해야 한다. 잔밥각시에게 “잔밥을 덜컥 먹으라!”는 재촉이나 “많이 먹고 배불리 먹고…세닐곱 스물하나를 먹여 줄 테니…” 등의 회유(懷柔)는 잔밥각시가 잔밥을 먹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 준다. 잔밥각시에게는 칭송과 아부의 기도문(祈禱文)도 바쳐진다. 기도문에서는 인간은 한없이 무능하고 미련한 존재로, 잔밥각시는 대단히 영험한 신령으로 각각 묘사된다. 이에 따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급박한 병세에 갑갑하고 당황스러워서 잔밥각시에게 병인(病因)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잔밥을 먹고 환자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면 대칼로 목을 쳐서 무쇠 둠벙에 가두거나 한강에 내버린다는 등 협박성의 주문(呪文)을 퍼붓기도 한다. 잔밥먹이기에 애원, 청탁, 회유, 협박, 강제의 태도와 감정이 함께 섞여 있다. 2. 잔밥먹이기 절차 : 잔밥먹이기는 [객귀물리기](/topic/객귀물리기)와 마찬가지로 집안의 부녀자가 주로 한다. 그러나 때로는 신(神)할머니, 선거리, 영신 등에게도 의뢰한다. 잔밥먹이기를 하려면 먼저 쌀 한 되를 됫박이나 그릇에 소복이 담고, 그것을 환자의 옷이나 보자기로 단단히 싸매 쌀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 다음에 그것으로 환자의 아픈 곳을 문지르면서 주문을 왼다. 동일한 주문을 세 번이나 일곱 번, 아니면 스물한 번을 반복한다. 또는 환자의 나이 수(數)만큼 외기도 한다. 주문을 외는 횟수만큼 환부(患部)를 문지르기도 한다. 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곧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그 원인도 모른 채 고생을 하고 답답하여 잔밥을 먹이려고 한다고 전제를 하고 나서 아무쪼록 강남에서 나온 영검하신 잔밥각시가 병인(病因)이 가신(家神)에 의한 것인지 객귀에 의한 것인지 동토에 의한 것인지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를 됫박의 쌀로 표징 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됫박의 쌀을 많이 먹고 환자의 병을 거두어서 속히 떠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칼로 육신을 해체하고 무쇠 둠벙 등에 가두어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렇게 주문을 외는 동안 가신이나 객귀가 빌미가 되고 이로 인하여 동토가 난 경우라면 그들이 “사각사각” 또는 “찰각찰각” 하고 쌀을 먹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주문은 세 번, 일곱 번, 스물한 번을 외거나 환자의 나이 숫자만큼 왼다. 주문이 모두 끝나면 됫박을 싼 옷가지를 벗겨서 쌀이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파여져 있는지 유심히 살핀다. 각 지역이나 [마을](/topic/마을)의 전통에 따라 쌀의 파여진 위치와 모습으로 병인을 파악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객귀가 들면 되의 옆쪽 부분이, 성주가 빌미가 되면 되의 위쪽이, 그리고 터주가 서운했으면 되의 아래쪽이 움푹 파인다.” “됫박 한가운데가 파이면 조상이 왔다고 여긴다.” “바가지 큰 귀 부분의 쌀이 파였다면 성주가 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옆 귀가 파였으면 잡귀가 먹은 것으로 여긴다.” “바가지 꼭지 부분의 쌀이 파였으면 조상이고, 바가지 주변이 그런 경우라면 객귀로 인정한다.” “바가지의 꼭지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으면 조상이 먹은 것이고, 중간 부분이면 객귀, 그 반대편 끝이면 터주로 간주한다.” “바가지 윗부분의 쌀이 줄었으면 동토가 난 것이고, 옆 부분이면 바로 ‘뜬 것’이 붙은 것이다. 손잡이 부분이 줄었다면 조상이 탈 난 것이다.” “바가지 꼭지 부분이 파여 있으면 [조상신](/topic/조상신)이 붙었다고 하고, 배꼽 부분이 그러면 객귀가 붙었다고 헤아린다.” 이처럼 병인(病因) 판정의 기준에 많은 차이가 있어서 보편적 원칙을 추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보아 됫박의 옆이나 가장자리 등은 객귀의 침탈로 판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신의 빌미와 객귀의 침탈인 두 경우에만 다음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다. 1) 가신(家神)의 경우 이들 가신에게 무엇이 서운했는가를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며, 간단한 제물을 마련하여 [비손](/topic/비손)을 한다. 이러한 태도에서 가신과 식구간의 종교적 관계를 잘 볼 수 있다. 무엇이 서운했는가 하는 질문은 미련한 인간은 어떤 언행으로 가신을 섭섭하게 했는지 잘 모른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어쨋든 우리 인간이 잘못했으니 아무쪼록 노기(怒氣)를 풀라고 애원을 한다. 가신은 객귀처럼 내칠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정성 들여 메를 짓고 나물을 마련하여 청수와 함께 간단한 상(床)이라도 성주나 조상 또는 터주에 올려서 잘못을 빌고 그들을 진정시키고 위로할 뿐이다. 성주는 항상 조상․삼신과 함께 있거나 다닌다고 하여, 성주 상(床)에는 제물을 세 몫씩 놓기도 한다.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집 안에 헌 물건 또는 헝겊․옷 등을 잘못 들인 경우에도 성주는 서운할 수 있다. 터주에 탈이 나면 뒤꼍 장광의 [터줏가리](/topic/터줏가리) 앞에 청수와 쌀 등을 차려 놓고 비손한다. 2) 객귀(客鬼)의 경우 객귀의 침입으로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객귀를 물릴 채비를 서두른다. 잔밥먹이기의 후반부 절차로 행해지는 객귀물림은 대체로 풀어먹이기, [짚신이바지](/topic/짚신이바지), 짚끄랭이가 보편적 방법이다. 그러나 이들 방법에는 모두 객귀물리기의 기본 절차가 반영되어 있다. 객귀로 밝혀지면, 먼저 됫박의 움푹 파여 들어간 부분의 쌀로 그를 풀어먹이기 위한 하찮은 음식이 준비된다. 됫박 쌀 자체를 쓰든가 그것으로 밥이나 죽을 마련한다. 먹다 남은 찬밥이나 반찬 등을 쓰기도 한다. 이들 잔반(殘飯)을 흔히 된장국에 말기도 한다. 여기에 환자의 머리카락과 침도 넣는다. 이것을 객귀에게 풀어먹이면서 주언(呪言)과 칼로 달래고 협박하여 객귀를 집 바깥으로 내친다. [부엌](/topic/부엌)칼을 [대문](/topic/대문) 바깥쪽으로 던져보아 객귀가 정말 쫓겨 나갔는지를 확인한 뒤에 대문 앞에 부엌칼로 엑스 자를 긋고 그 교차점에 부엌칼을 꽂아 놓는다. 세 방법 가운데 풀어먹이기는 객귀물리기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객귀를 풀어먹이는 주된 방식이 짚신에 음식을 담아 태우거나 내버리는 것인가 짚끄랭이에 담아 그렇게 하는 것인가에 따라 짚신이바지와 짚끄랭이 방식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곧 짚신이바지는 짚신에 담은 잡음식(雜飮食)을 객귀의 제물로 삼아 객귀를 풀어먹인 뒤에 내치는 치병 의례이다. 잔밥을 환부(患部)에 문지르다가 쌀 됫박에서 “찰각 찰각” 하며 객귀의 먹는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짚신이바지를 행한다. 먼저 환자가 귀가한 길을 역순(逆順)으로 가서 마을 어귀에 이르면 왕겨를 담은 짚신,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재, 뒷박의 쌀, 된장국, [고추](/topic/고추) 등을 진설하듯 죽 펼쳐 놓는다. 재의 불씨로 짚신을 소각하면서 객귀에게 속거천리(速去千里)하라는 위협적인 주문(呪文)을 퍼붓는다. 부엌칼을 몇 번이고 던져서 객귀 구축을 확인하면 마을 어귀에 부엌칼을 꽂아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가한다. 짚끄랭이(짚수세미)의 기본 의미도 거의 비슷하다. 짚끄랭이 안에 ‘됫박 안 파인 부분의 쌀’을 비롯하여 고춧가루, 소금, 된장, 동전 등을 넣고 이것을 환자의 머리 둘레 좌우로 각각 여러 차례 돌린다. 환자의 병을 모두 거둔다는 의미이다. 다음에는 짚끄랭이를 대문이나 동구(洞口) 부근의 나무에 매달아 놓거나 불에 태운다. 짚끄랭이가 매달려 있는 나무를 지날 때 사람들은 객귀가 자신에게 붙지 않도록 침을 세 번 뱉어 준다. 이 밖에 쌀 까부르는 키[箕] 위에 제물을 담아 놓거나 삼거리 또는 사거리에 제물을 가지고 나가 음식을 묻는 다소 변형된 방식들도 나타난다. 특히 하위의 잡신이나 수부 등에게 음식을 차려 줄 때 키를 사용할 때가 많다. 키는 곡식은 남기고 쭉정이, 검부러기 등은 날려 보내는 기구이기 때문에 잡귀 등도 음식을 먹은 뒤에는 마치 그렇게 흩어져 버리라는 뜻이다. 예컨대 충청북도 보은지역에서는 객귀물림 때 먼저 키에 세 무더기의 밥, 소금 한 줌, 물 한 그릇을 놓고 이를 환자의 앞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축귀의 주문을 왼 다음에 다시 된장국을 마련하여 객귀를 물린다. 이렇게 하여 잔밥먹이기가 모두 끝나면 ‘잔밥을 먹여준 사람’이 남의 집 사람인 경우 결코 환자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수고했느니 어떠했느니 하는 등의 인사말도 주고받지 않고, 잔밥을 먹인 쌀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야 한다. 형편에 따라서는 추후에 잔밥을 먹여 준 사람에게 약간의 돈이나 선물을 사례(謝禮)로 준다. | 참고문헌 | [해물리기](/topic/해물리기)와 잔밥먹이기 (이필영, 한국의 가정신앙-하, 민속원, 2005) | 내용 | 잔밥먹이기는 부정(不淨)한 장소나 다른 집안의 혼인 잔치, 장례(葬禮) 등에 다녀온 뒤에 까닭 없이 아플 경우에 행한다. ‘잔밥각시’가 일러주는 질환의 원인은 대개 네 [가지](/topic/가지)이다. 곧 성주, 터주 등 [가신](/topic/가신)(家神)이 빌미가 된 경우, 객귀가 침입한 경우, 집 안에 각종 물건을 잘못 들여 놓아서 발생한 동토(動土)의 경우, 몸 자체가 허약해져서 생긴 병환의 경우이다. 이 가운데 가신과 객귀로 인한 질환에만 잔밥먹이기를 한다. 이때 가신에게는 잘못을 빌고 위로를 하며, 객귀는 [된장](/topic/된장)국밥을 주어 내쫓는다. 1. 잔밥먹이기의 성격 : 잔밥먹이기는 글자 뜻 그대로 ‘잔밥을 먹이는 의례’이다. 잔밥의 정확한 뜻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잔반](/topic/잔반)(殘飯), 곧 먹고 남은 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잔밥은 ‘먹고 남은’ 밥이 아니라 쌀․콩 등 [곡물](/topic/곡물)을 가리킨다. 여기서 잔밥을 누구에게 먹이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잔밥을 먹이면서 외는 주문(呪文)에서 보면 잔밥은 ‘잔밥각시’에게 바치는 제물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호남지방에서는 ‘뒷박각시’로 불린다. 이는 곡물을 됫박에 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잔밥각시는 강남(江南)에서 온 어린 새색시로 인식된다. 그녀의 남편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녀에게 병을 치유해 달라고 애원도 하며, 잡귀 침탈의 유무 또는 그 밖의 질병의 원인을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 병자의 질환을 모두 걷어 달라고 간절히 빌기도 한다. 잔밥각시는 미지(未知)의 병인(病因)을 됫박의 쌀을 증표로 삼아 일러줄 수 있다. 됫박 안 어느 곳의 쌀을 잔밥각시가 먹었는지, 곧 어느 위치의 쌀이 파여져 있는지를 유심히 살핀다. 쌀을 담은 됫박을 주문을 외면서 환부(患部)에 문지르면 됫박 안의 쌀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어느 부분은 다소 움푹 파이게 마련이다. 이를 두고서 잔밥을 먹였다고 관념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통하여 성주, 조상, 터주 등 가신(家神)이 빌미가 된 것인지 동토가 난 것인지 객귀가 붙은 것인지 몸에 이상(異常)이 있는 것인지 등을 판별할 수 있다. 이는 잔밥각시가 [어리](/topic/어리)석고 답답한 인간을 위하여 됫박 안 특정 부분의 쌀을 먹음으로써 그녀의 신의(神意)를 나타낸 것이다. 일종의 신탁(神託)인 셈이다. 실제로 잔밥을 누가 먹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잔밥각시가 먹는 것인지 가신이나 객귀 등이 먹는 것인지 아니면 잔밥각시가 가신이나 객귀로 하여금 어떤 부분의 쌀을 먹으라고 인도하거나 지시를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그러나 대개의 주문(呪文) 내용에 따르하면 잔밥각시가 잔밥을 먹는 것으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환자의 질환을 거둘 수 있는 존재로 믿어진다. “잔밥각시가 환자를 당장에 살려 내라.”든가 “잔밥각시가 아픈 것 다 걷어 가지고 가라.”는 등의 주언(呪言)은 그러한 믿음에 [기초](/topic/기초)한다. 이러한 요청이나 명령은 잔밥각시에게 공양(供養)된 잔밥, 곧 쌀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이해된다. 잔밥각시는 자신에게 제공된 쌀을 먹으면 그 대가로서 병인의 증표(證票)를 보여 주어야 하고, 더욱이 병을 거두어 마침내 완쾌하도록 해야 한다. 잔밥각시에게 “잔밥을 덜컥 먹으라!”는 재촉이나 “많이 먹고 배불리 먹고…세닐곱 스물하나를 먹여 줄 테니…” 등의 회유(懷柔)는 잔밥각시가 잔밥을 먹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 준다. 잔밥각시에게는 칭송과 아부의 기도문(祈禱文)도 바쳐진다. 기도문에서는 인간은 한없이 무능하고 미련한 존재로, 잔밥각시는 대단히 영험한 신령으로 각각 묘사된다. 이에 따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이 급박한 병세에 갑갑하고 당황스러워서 잔밥각시에게 병인(病因)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잔밥을 먹고 환자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면 대칼로 목을 쳐서 무쇠 둠벙에 가두거나 한강에 내버린다는 등 협박성의 주문(呪文)을 퍼붓기도 한다. 잔밥먹이기에 애원, 청탁, 회유, 협박, 강제의 태도와 감정이 함께 섞여 있다. 2. 잔밥먹이기 절차 : 잔밥먹이기는 [객귀물리기](/topic/객귀물리기)와 마찬가지로 집안의 부녀자가 주로 한다. 그러나 때로는 신(神)할머니, 선거리, 영신 등에게도 의뢰한다. 잔밥먹이기를 하려면 먼저 쌀 한 되를 됫박이나 그릇에 소복이 담고, 그것을 환자의 옷이나 보자기로 단단히 싸매 쌀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 다음에 그것으로 환자의 아픈 곳을 문지르면서 주문을 왼다. 동일한 주문을 세 번이나 일곱 번, 아니면 스물한 번을 반복한다. 또는 환자의 나이 수(數)만큼 외기도 한다. 주문을 외는 횟수만큼 환부(患部)를 문지르기도 한다. 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곧 아무것도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그 원인도 모른 채 고생을 하고 답답하여 잔밥을 먹이려고 한다고 전제를 하고 나서 아무쪼록 강남에서 나온 영검하신 잔밥각시가 병인(病因)이 가신(家神)에 의한 것인지 객귀에 의한 것인지 동토에 의한 것인지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를 됫박의 쌀로 표징 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됫박의 쌀을 많이 먹고 환자의 병을 거두어서 속히 떠나가라고 명령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칼로 육신을 해체하고 무쇠 둠벙 등에 가두어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렇게 주문을 외는 동안 가신이나 객귀가 빌미가 되고 이로 인하여 동토가 난 경우라면 그들이 “사각사각” 또는 “찰각찰각” 하고 쌀을 먹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주문은 세 번, 일곱 번, 스물한 번을 외거나 환자의 나이 숫자만큼 왼다. 주문이 모두 끝나면 됫박을 싼 옷가지를 벗겨서 쌀이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파여져 있는지 유심히 살핀다. 각 지역이나 [마을](/topic/마을)의 전통에 따라 쌀의 파여진 위치와 모습으로 병인을 파악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객귀가 들면 되의 옆쪽 부분이, 성주가 빌미가 되면 되의 위쪽이, 그리고 터주가 서운했으면 되의 아래쪽이 움푹 파인다.” “됫박 한가운데가 파이면 조상이 왔다고 여긴다.” “바가지 큰 귀 부분의 쌀이 파였다면 성주가 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옆 귀가 파였으면 잡귀가 먹은 것으로 여긴다.” “바가지 꼭지 부분의 쌀이 파였으면 조상이고, 바가지 주변이 그런 경우라면 객귀로 인정한다.” “바가지의 꼭지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으면 조상이 먹은 것이고, 중간 부분이면 객귀, 그 반대편 끝이면 터주로 간주한다.” “바가지 윗부분의 쌀이 줄었으면 동토가 난 것이고, 옆 부분이면 바로 ‘뜬 것’이 붙은 것이다. 손잡이 부분이 줄었다면 조상이 탈 난 것이다.” “바가지 꼭지 부분이 파여 있으면 [조상신](/topic/조상신)이 붙었다고 하고, 배꼽 부분이 그러면 객귀가 붙었다고 헤아린다.” 이처럼 병인(病因) 판정의 기준에 많은 차이가 있어서 보편적 원칙을 추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보아 됫박의 옆이나 가장자리 등은 객귀의 침탈로 판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신의 빌미와 객귀의 침탈인 두 경우에만 다음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다. 1) 가신(家神)의 경우 이들 가신에게 무엇이 서운했는가를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며, 간단한 제물을 마련하여 [비손](/topic/비손)을 한다. 이러한 태도에서 가신과 식구간의 종교적 관계를 잘 볼 수 있다. 무엇이 서운했는가 하는 질문은 미련한 인간은 어떤 언행으로 가신을 섭섭하게 했는지 잘 모른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어쨋든 우리 인간이 잘못했으니 아무쪼록 노기(怒氣)를 풀라고 애원을 한다. 가신은 객귀처럼 내칠 대상이 결코 아니다. 정성 들여 메를 짓고 나물을 마련하여 청수와 함께 간단한 상(床)이라도 성주나 조상 또는 터주에 올려서 잘못을 빌고 그들을 진정시키고 위로할 뿐이다. 성주는 항상 조상․삼신과 함께 있거나 다닌다고 하여, 성주 상(床)에는 제물을 세 몫씩 놓기도 한다. 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집 안에 헌 물건 또는 헝겊․옷 등을 잘못 들인 경우에도 성주는 서운할 수 있다. 터주에 탈이 나면 뒤꼍 장광의 [터줏가리](/topic/터줏가리) 앞에 청수와 쌀 등을 차려 놓고 비손한다. 2) 객귀(客鬼)의 경우 객귀의 침입으로 판단되면 본격적으로 객귀를 물릴 채비를 서두른다. 잔밥먹이기의 후반부 절차로 행해지는 객귀물림은 대체로 풀어먹이기, [짚신이바지](/topic/짚신이바지), 짚끄랭이가 보편적 방법이다. 그러나 이들 방법에는 모두 객귀물리기의 기본 절차가 반영되어 있다. 객귀로 밝혀지면, 먼저 됫박의 움푹 파여 들어간 부분의 쌀로 그를 풀어먹이기 위한 하찮은 음식이 준비된다. 됫박 쌀 자체를 쓰든가 그것으로 밥이나 죽을 마련한다. 먹다 남은 찬밥이나 반찬 등을 쓰기도 한다. 이들 잔반(殘飯)을 흔히 된장국에 말기도 한다. 여기에 환자의 머리카락과 침도 넣는다. 이것을 객귀에게 풀어먹이면서 주언(呪言)과 칼로 달래고 협박하여 객귀를 집 바깥으로 내친다. [부엌](/topic/부엌)칼을 [대문](/topic/대문) 바깥쪽으로 던져보아 객귀가 정말 쫓겨 나갔는지를 확인한 뒤에 대문 앞에 부엌칼로 엑스 자를 긋고 그 교차점에 부엌칼을 꽂아 놓는다. 세 방법 가운데 풀어먹이기는 객귀물리기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객귀를 풀어먹이는 주된 방식이 짚신에 음식을 담아 태우거나 내버리는 것인가 짚끄랭이에 담아 그렇게 하는 것인가에 따라 짚신이바지와 짚끄랭이 방식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곧 짚신이바지는 짚신에 담은 잡음식(雜飮食)을 객귀의 제물로 삼아 객귀를 풀어먹인 뒤에 내치는 치병 의례이다. 잔밥을 환부(患部)에 문지르다가 쌀 됫박에서 “찰각 찰각” 하며 객귀의 먹는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짚신이바지를 행한다. 먼저 환자가 귀가한 길을 역순(逆順)으로 가서 마을 어귀에 이르면 왕겨를 담은 짚신,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재, 뒷박의 쌀, 된장국, [고추](/topic/고추) 등을 진설하듯 죽 펼쳐 놓는다. 재의 불씨로 짚신을 소각하면서 객귀에게 속거천리(速去千里)하라는 위협적인 주문(呪文)을 퍼붓는다. 부엌칼을 몇 번이고 던져서 객귀 구축을 확인하면 마을 어귀에 부엌칼을 꽂아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가한다. 짚끄랭이(짚수세미)의 기본 의미도 거의 비슷하다. 짚끄랭이 안에 ‘됫박 안 파인 부분의 쌀’을 비롯하여 고춧가루, 소금, 된장, 동전 등을 넣고 이것을 환자의 머리 둘레 좌우로 각각 여러 차례 돌린다. 환자의 병을 모두 거둔다는 의미이다. 다음에는 짚끄랭이를 대문이나 동구(洞口) 부근의 나무에 매달아 놓거나 불에 태운다. 짚끄랭이가 매달려 있는 나무를 지날 때 사람들은 객귀가 자신에게 붙지 않도록 침을 세 번 뱉어 준다. 이 밖에 쌀 까부르는 키[箕] 위에 제물을 담아 놓거나 삼거리 또는 사거리에 제물을 가지고 나가 음식을 묻는 다소 변형된 방식들도 나타난다. 특히 하위의 잡신이나 수부 등에게 음식을 차려 줄 때 키를 사용할 때가 많다. 키는 곡식은 남기고 쭉정이, 검부러기 등은 날려 보내는 기구이기 때문에 잡귀 등도 음식을 먹은 뒤에는 마치 그렇게 흩어져 버리라는 뜻이다. 예컨대 충청북도 보은지역에서는 객귀물림 때 먼저 키에 세 무더기의 밥, 소금 한 줌, 물 한 그릇을 놓고 이를 환자의 앞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축귀의 주문을 왼 다음에 다시 된장국을 마련하여 객귀를 물린다. 이렇게 하여 잔밥먹이기가 모두 끝나면 ‘잔밥을 먹여준 사람’이 남의 집 사람인 경우 결코 환자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수고했느니 어떠했느니 하는 등의 인사말도 주고받지 않고, 잔밥을 먹인 쌀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야 한다. 형편에 따라서는 추후에 잔밥을 먹여 준 사람에게 약간의 돈이나 선물을 사례(謝禮)로 준다. | 참고문헌 | [해물리기](/topic/해물리기)와 잔밥먹이기 (이필영, 한국의 가정신앙-하, 민속원, 2005) |
---|
열화당 | 강릉단오굿 | 김선풍 | 1987 | 동문선 | 조선민속지 | 秋葉隆, 심우성 역 | 1993 | 강릉문화원 | 완역 증수 임영지 | 1997 | 한국역사민속학회 | 강릉국사성황제와 향촌사회의 변화 | 이규대 | 1998 | 강릉문화원 | 강릉단오제 백서 | 1999 | 학국역사민속학회 | 강릉단오제의 전통성과 지속성 | 황루시 | 1999 |
---|